유머x 더럽고 맛난 인간과 칙힌
안녕하세요.
12년에 가입한 눈팅러입니다.
31세 생일이라 한잔하고 들어와 하고픈 말이 있어 글을 남깁니다.
때는 2017년 11월?.(추웠고 확실한 날짜는 기억이 안납니다.)
당시 하던 사업에 일이 생겨 인력사무소에 나갔었습니다.
주어지는 일이 많지 않아 사무소 소장님께 열심히 아첨을 하던 중
"00아 xx지역에 편한 일 잡혔다. 가볼래?"라는 말씀을 듣고 앞, 뒤 안보고 쫒아 나섰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그 일은 xx시에 A.I가 신고되어 그 주변의 모든 양계장의 닭을 살처분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일을 받아 기분이 좋았던 저는 일금 '11만원 + 추가 시간 1.5만원' 생각에
소장님께 '님 짱이셈'하며 다음날 픽업 장소인 전철역으로 나갔습니다.
'xx 방역?'(잘 기억이 안납니다.)이라는 글이 붙은 관광 버스를 타고
말끔히 차려 입은 여성분이 건내준 백설기와 사이다를 먹으며 작업 지역으로 갔습니다.
해당 지역에 도착하니 주변엔 온통 논, 밭 그리고 축사더군요.
그리고 주민센터에서 작업복을 지급받았습니다.
발부터 머리까지 한번에 입어 감쌀 수 있는 방호복, 방한복 그리고 장화, 마스크와 보안경.
모든 지급을 받고 장착한 무리는 양계장으로 갔습니다.
(순서는 방한복-장화-방호복-마스크-보안경)
첫날은 작업설명 그대로 무난했습니다.
양계장 내에 이산화탄소 수치를 높혀 산소 농도를 낮췄고 모든 닭을 잠들 듯 질직사 시켰습니다.
인부들은 죽은 닭들을 닭장에서 빼내어 밖으로 나르면 됬습니다.
작은 닭장엔 큰 닭들이 세, 네마리씩 쓰러져 있더군요.
하지만 나르던 닭들 중 아직 죽지못해 발버둥 치던 닭들이 종종 있었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 닭들은 양계장 밖에 있던 분들이 삽으로 패죽였습니다.
잠을 설친 첫날이었습니다.
이튿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산소농도를 낮춰 질식사 시켰던 첫날의 방식이 없었습니다.
모든 인부는 살아있는 닭을 닭장에서 빼내어 날라 포크레인 앞에 있는 큰 철제 박스에 넣어야했죠.
그 닭들은 포크레인이 압사 시켰습니다.
이러한 비인도적 방식에 현장을 지켜보던 공무원에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여건이 안된다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살아있는 닭들은 내장과 눈이 튀어나와도 목을 움직였습니다.
피칠갑과 함께 퍼덕 거리는 날갯짓.
한번에 죽지 못해 살기위한 그 몸부림을 잊지 못합니다.
고통스레 죽어가는 닭들을 보며 오늘 저녁은 닭발에 소주,
치킨에 맥주라는 어른들을 보며 쓴웃음이 지어지더군요.
그래도 그날 일을 끝까지 수행했습니다.
당시엔 많은 것이 궁했기에..
그 뒤로 전 치킨을 비롯한 닭을 못먹었습니다...
딱 세달만......ㅠㅠㅠ 한동안 지켜보던 여동생이 지랄한다며
제 입에 밀어넣은 '교촌 허니콤보'에 녹아내렸습니다...
그 맛이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하려 다른 종을 기르고 도축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모든 종에게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고통없이 보내주는 것.
잠시라도 감사함을 느끼는 것.
그들의 삶과 죽음을 조롱하지 않는 것.
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코 길어지세요.